2022.12.02 22:04:10
글 : 김수한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져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월 분배형 ETF다. 이 상품은 증시 움직임과 관계없이 매달 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 월 배당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6월에 첫 상품이 출시된 이래 2022년말 기준 10개 넘는 상품이 상장됐다.월 분배형 ETF에 투자할 때 어떤 것을 따져봐야 할까?
분배금 재원은 무엇인가
ETF 분배금은 주식 배당금과 유사하다. 주식 배당금은 회사가 영업활동에서 얻은 이익 중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ETF를 운용해서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것을 분배금이라고 한다. 분배금 재원으로 주식 배당, 채권 이자, 부동산 임대수익, 옵션프리미엄 등과 같은 운용수익이 사용되고, 일반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매매 등을통해 얻은 자본차익은 분배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시장 등락이 분배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기 때문에 분배금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ETF 분배금은 통상 분기ㆍ반기ㆍ연간 단위로 지급하는데, 최근 들어 매달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 분배형 ETF는 어떻게 자산을 운용하나
월 분배형 ETF는 말 그대로 투자자에게 매달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다. 매달 투자자에게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지급하려면 투자전략도 남달라야 할 것이다.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월 분배형 ETF 종류는 투자전략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배당ㆍ이자ㆍ임대소득이 많은 자산에 집중투자해서 분배금 재원을 마련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ETF가 있다.TIGER S&P500 배당귀족주 ETF가 여기에 해당한다. ‘배당귀족주’란 S&P500지수 내에서 최소 25년 이상 매년 연속으로 배당이 증가한 기업에 주어지는 명예로운 호칭이다. 배당귀족주란 명칭 자체로 오랜 기간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견고한 펀더멘털을 보유한 기업의 지위가 인정된다. 장기간 배당을 꾸준히 늘려 나가려면 기업의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 이렇게 배당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 포트폴리오에서도 다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경영 능력으로 하락장에서도 방어력이 높다. 엑슨모빌ㆍ알버말ㆍ셰브론ㆍ월마트ㆍ펩시ㆍIBM 등 60여 개 명품 기업 배당이 매달 지급하는 분배금의 재원이 된다.
둘째, 분배금 재원을 마련하려고 멀티에셋 투자전략을 사용하는 ETF도 있다. 멀티에셋 투자전략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자본수익과 인컴 수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채권ㆍ주식ㆍ리츠 등에 투자해서 이자ㆍ배당ㆍ임대료와 같은 인컴 수익을 얻는 동시에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수익도 함께 추구한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데다 수익 원천이 다양해 안정적인 분배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하기에 적합하다.
셋째, 커버드 콜 전략을 사용해 매달 지급하는 분배금 재원을 마련하기도 한다. 커버드 콜이란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말한다. 콜옵션을 매도해서 얻은 수익과 주가가 상승해서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분배금 지급 재원을 마련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한 예를 들어보겠다.
콜옵션이란 만기일 또는 만기일 이전에 기초자산을 정해진 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콜옵션을 매도하는 사람은 매매대금을 받는 대신 매수자가 요청하면 정해진 행사가격에 기초자산을 팔아야 한다. 예컨대 만기 때 기초자산을 1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1000원을 받고 팔았다고 하자. 만기가 도래했을 때 기초자산 가격이 9000원이면 어떻게 될까? 콜옵션 매수자는 시장에서 9000원에 살 수 있는 자산을 굳이 1만원에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면 콜옵션 매도자는 매매대금 1000원을 고스란히 가질 수 있다.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1만1000원이면 어떻게 될까. 매수자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매도자는 시장에서 1만1000원하는 기초자산을 1만원에 팔아야 한다. 하지만 콜옵션을 매도할 때 1000원의 수수료를 받았으니 본전을 한 셈이다. 하지만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1만 1000원 이상으로 상승하면 콜옵션 매도자의 손실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이때 콜옵션 매도자가 감당할 수 없는 큰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콜옵션을 매도하면서 동시에 해당 기초자산을 산다면 손실을 커버(cover)할 수 있다. 이렇게 기초자산을 보유하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커버드 콜이라고 한다.
커버드 콜 전략은 주식시장이 강하게 오르는 상승장보다는 점진적으로 오르거나 박스권 장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콜옵션 수익은 비과세 수익이라서 세후 수익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기초자산에서 얻은 수익을 콜옵션 매도에 따른 손실이 상쇄해 버리기 때문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을 때는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콜옵션을 매도해서 얻은 수익보다 기초자산 가격 하락폭이 크면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달 분배금을 받는 게 유리할까?
투자자 입장에서 매달 분배금을 수령하는 것이 유리할까? 대답은 투자자의 소득 상황에 따라 다르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라면 다달이 분배금을 받아서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많아서 굳이 분배금이 없어도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매달 분배금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도 있다. 월 분배형 ETF는 분배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화한다. 따라서 시장이 상승할 때는 불리할 수 있다. 그냥 뒀더라면 더 오를 수도 있는 자산을 괜히 현금화해서 복리 효과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장 하락기에는 유리하다. 분배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화해 두면 시장이 하락할 때 손실 폭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세금도 고려해야 한다. 매달 분배금을 수령하면 세금 측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 금융회사는 매번 분배금을 지급할때 15.4%의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투자자가 그해 ETF를 매도해서 손실을 본 경우에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분배금을 받지 않았더라면, 분배금과 매매 손실이 상계 돼 세금을 안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 ETF를 매수해야 분배금을 받을 수 있나
ETF 투자자가 분배금을 수령하려면 지급기준일에 ETF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지급기준일이란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날짜인데, 투자설명서와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월 분배형 ETF는 매달 마지막 영업일을 분배금 지급기준일로 지정한다. ETF는 주식처럼 오늘 매수하더라도 2영업일이 지난 다음에 결제된다. 따라서 분배금을 받으려면 최소한 지급기준일보다 2영업일 전에 ETF를 매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월 31일(화요일)이 분배금 지급 기준일인 월 분배형 ETF가 있다고 하자.
투자자가 분배금을 받으려면 늦어도 2영업일 이전인 1월 27일(금요일)까지 ETF를 매수해야 한다. 이렇게 ETF투자자가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마지막날을 권리일이라고 한다.권리일 다음 영업일인 1월 30일(월요일)에는 분배락이 일어난다. 투자자가 이날 ETF를 매수해도 분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분배금 크기만큼 ETF 거래가격 조정이 일어나는 것데, 이를 분배락이라고 한다. 월 분배형 ETF 분배금은 통상 지급기준일의 익영업일로부터 7영업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은 2~3일 이내에 투자자 계좌에 입금해 주는 경우가 많다.
투자할 때 어떤 점을 살펴야 하나
월 분배형 ETF에 투자할 때 어떤 점을 살펴야 할까. 먼저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주식시장 상승기라면 고배당 주식형 ETF가 좋고, 경기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는 채권형 ETF가 좋다. 시장 등락이 제한된 박스권 장세라면 커버드 콜 전략을 구사하는 ETF를 선택하면 손실 폭은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확보해 갈 수 있다. 판단이 어렵다면 다양한 자산에 나누어 투자하거나 이미 자산이 분산된 멀티에셋 ETF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음으로 분배금 수준과 매달 필요한 현금 규모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매달 필요한 현금 규모에 맞춰 투자금을 늘릴 수 있는지, 아니면 보다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가진 ETF를 선택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절세와 노후생활비 마련이 목적이라면 연금저축펀드와 IRP와 같은 연금계좌에서 월 분배형 ETF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일반 계좌에서 월 분배형 ETF에 투자하면 매달 분배금을 받을 때마다 배당소득세(15.4%)를 원천징수 한다. 반면 연금계좌에서는 매달 분배금을 수령하더라도 이를 인출할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분배금을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낮은 세율(5.5~3.3%)의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출처: 투자와연금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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